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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 지 람

                                        차시은

딱 따~닥 !!

구슬치기 하는데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 벨소리

엄마다!!

쫑알 쫑알 잔소리

소리가 울려퍼진다.

 

집에 가기 무서워

덜컥겁을 먹고

집으로 향한다.

어머니께 꾸지람을

잔뜩 듣고서

미운마음이 불쑥!

 

등뒤에서 따뜻한

어머니의 목소리

미워서 말도 않할려고

다짐 했는데.....

맘이 자꾸 흔들린다.

2008.10

아이가 지은 동시 " 꾸지람 " 차시은
아이가 지은 동시 " 꾸지람 " 차시은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아이가 10분 만에 시를 완성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제가 딸아이 학부모 참관수업에서 직접 목격했을 때, 솔직히 처음엔 믿기지 않았습니다.

엄마 잔소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 그러면서도 결국 엄마 목소리에 마음이 녹아버리는 그 감정을

아이는 고스란히 시 한 편에 담아냈습니다.

그날 교실에서 제가 느낀 감동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학부모 참관수업에서 목격한 즉흥 시 창작

딸아이가 초등 2학년이던 해, 학교에서 학부모 참관수업이 열렸습니다.

교실에 들어서니 학부모 자리는 어머니들로 가득 찼고, 제가 유일한 아버지였습니다.

그 자체로 이미 눈에 띄는 상황이었는데, 수업이 시작되자 선생님이 즉흥 시 창작을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즉흥 시 창작이란 별도의 준비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주제를 받아 시를 완성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어른도 당황할 법한 과제입니다.

당시 학급 정원은 약 25명 정도였습니다.

제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규모입니다.

저는 3학년 때 전학을 갔는데, 그때 제 출석 번호가 73번이었고, 오전반·오후반으로 나뉘어 14반까지 있었습니다.

교실 한 칸에 70명 넘는 아이들이 빽빽이 앉아 있던 시절이었으니, 지금의 25명 학급은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있습니다.

격세지감이란 세대 간 환경 차이가 너무 커서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을 뜻합니다.

선생님이 "다 쓴 사람 발표할 사람!" 하고 말씀하셨을 때, 딸아이가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저요! 저요!" 하며 소리를 지르더군요. 열 명 남짓 손을 들었는데 선생님이 하필 딸아이를 지목했습니다.

아이는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하게 앞으로 나가 시를 낭독했습니다.

구슬치기를 하다 엄마 전화를 받고, 혼날까 봐 겁을 먹고 집에 가지만, 막상 집에 도착하니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에 미웠던 마음이 흔들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그 자리에서 들었는데, 10분이 채 되지 않아 저 완성도의 시가 나왔다는 사실이 여전히 놀랍습니다.

선생님께서 "시은이 아버님은 좋으시겠습니다"라고 하시며 박수를 청했고, 교실 전체에서 박수 소리가 울렸습니다.

얼굴이 달아오를 만큼 민망했지만,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였습니다.

  • 즉흥 시 창작은 정서 표현력(emotional literacy)을 키우는 대표적인 언어 교육 활동으로, 아이의 내면을 언어로 구체화하는 훈련입니다
  • 학급 규모가 줄어들면서 한 명 한 명의 발표 기회가 늘어나고, 아이의 표현력이 더 집중적으로 길러지는 환경이 됐습니다
  • 아이가 쓴 시의 주제는 단순한 일상이지만, 감정의 흐름(갈등→두려움→해소)이 구조적으로 짜여 있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언어 교육 정책)
요약: 초등 2학년 딸아이가 즉흥 시 창작 수업에서 10분 만에 완성한 시를 당당히 발표했고, 그 자리에서 제가 느낀 감동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전통놀이가 사라진 자리, 아이들의 시는 어디서 나올까

딸아이의 시에는 구슬치기 장면이 등장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참 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구슬치기는 거의 박물관 소장품 수준입니다.

구슬치기란 각자의 구슬을 바닥에 굴려 상대 구슬을 맞히거나 일정 구역 밖으로 밀어내는 전통 민속놀이로, 손의 감각과 집중력, 그리고 공간 지각 능력을 동시에 키우는 놀이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걸 할 줄 아는 아이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구슬치기 말고도 숨바꼭질, 담방구, 비석치기, 잣치기 같은 놀이를 골목마다 했습니다.

담방구란 술래가 특정 거점을 지키고 나머지 아이들이 그 거점을 빼앗는 방식의 집단 놀이로, 전략과 협동이 필요합니다.

비석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석치기는 일정 거리에 세워진 납작한 돌을 발이나 다리 사이에 끼운 돌멩이로 쓰러뜨리는 놀이인데, 균형 감각과 집중력이 꽤 필요합니다.

이런 놀이들은 전부 야외에서 몸을 쓰며 노는 신체 표현 놀이(expressive physical play)였습니다.

저는 단순히 "좋은 시절이었다"는 향수에만 머물고 싶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전통 민속놀이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과 정서 조절 능력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출처: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전통 민속놀이는 집단 내 규칙 형성과 갈등 해결 경험을 자연스럽게 제공하는 사회화 도구로 기능해 왔습니다.

딸아이가 쓴 시 속 구슬치기 장면이 유독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 건, 그 경험이 몸에 새겨진 언어이기 때문이라고 저는 봅니다.

실제로 뛰어놀다 엄마 전화를 받은 기억, 집에 가기 싫어서 발을 질질 끌던 기억, 그런데 막상 집에 들어가니 엄마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해줘서 오히려 마음이 풀려버린 기억. 이 감정의 흐름은 경험 없이는 절대 나오지 않는 문장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밖에서 노는 시간 자체가 줄었습니다. 어두워질 때까지 골목에서 놀다가 "아무개야, 밥 먹어!" 하는 소리에 마지못해 집으로 향하던 풍경은 지금은 추억 속에만 남아 있습니다.

저는 그 시절이 그냥 그립다기보다, 그 경험이 아이들에게 언어의 재료가 됐다는 점이 더 아깝습니다.

지금 아이들이 쓰는 시의 배경이 스마트폰 화면이나 학원 교실이 된다면, 시의 감촉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요약: 전통놀이에서 비롯된 몸의 기억이 아이의 시에 생동감을 불어넣었고, 그 경험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단순한 향수 이상의 문제로 느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초등 2학년 아이도 즉흥 시 창작이 가능한가요?

A.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실제로 제가 직접 목격했고, 딸아이는 10분 만에 감정의 흐름이 구조적으로 짜인 시를 완성했습니다.

다만 평소에 충분한 감각적 경험이 쌓여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억지로 훈련한 결과라기보다, 몸으로 겪은 기억이 언어로 자연스럽게 터져 나온 경우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Q. 구슬치기 같은 전통놀이가 아이 발달에 실제로 도움이 되나요?

A. 단순한 놀이로만 볼 게 아니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자료를 보면 전통 민속놀이는 집단 규칙 형성과 갈등 해결을 자연스럽게 훈련시키는 사회화 도구로 기능해 왔습니다. 손과 눈의 협응(hand-eye coordination), 공간 지각, 집중력까지 키울 수 있어 신체·인지·사회성 발달에 두루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Q. 학부모 참관수업에서 아버지가 참석하는 게 어색하지 않나요?

A. 어색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계시는데, 제 경험상 가보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날 교실에서 아버지는 저 혼자였고 확실히 눈에 띄었지만, 아이의 발표 장면을 직접 본 것은 어떤 영상이나 사진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아이도 아빠가 와 있다는 걸 알고 더 씩씩하게 나간 것 같기도 했고요.

 

Q. 요즘 아이들도 전통놀이를 배울 수 있나요?

A. 배울 수 있다는 입장도 있고, 환경 자체가 바뀌어 억지로 가르쳐도 의미가 다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놀이 자체보다 '밖에서 몸으로 경험하는 시간'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구슬치기가 아니더라도 흙을 밟고 땀을 흘리는 경험이 있어야 아이의 언어에 생동감이 생깁니다.

 

결론

딸아이가 쓴 시는 지금도 제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2008년 10월, 초등 2학년 교실에서 10분 만에 탄생한 그 시가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이유는 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구슬이 딱따닥 부딪히는 소리, 전화 벨이 울릴 때의 철렁함, 엄마 목소리에 결국 마음이 녹아버리는 과정이 전부 아이 자신의 경험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런식으로 "아이의 천재성 덕분"이라고만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 시가 나올 수 있었던 건, 골목에서 뛰어놀고 엄마한테 혼날까 봐 발을 끌며 집으로 향하던 그 평범한 일상이 바탕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아이를 키우고 계신 분이라면, 학원 한 곳을 줄이고 골목에서 한 시간을 더 뛰어놀게 하는 것도 한 번쯤 고려해 볼 만한 선택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참고: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 자작시 (차시은, 20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