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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별과 바람

                                      차 시 은

우뚝 솟은 산이

별을 잡으려고 허둥 되는데

반짝이는 별은 산을 보고

까르르 웃어 된다.

  

휘 잉 ~

바람이 그것을 보고

별을 산에게 보내주어

별을 잡을수 있도록 해주었다.

 

우뚝솟은 산은

밤새도록 별을 가지고 놀았다.

 

해가 반짝하고 고개를 내밀다가

반짝이는 별을보고 눈부시다며

조금씩 조금씩 고개를 내민다.

 

2009.08.12

 

 

 

자작시 : 산과 별과 바람 차시은
자작시 : 산과 별과 바람 차시은

 

 

솔직히 저는 딸아이가 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그냥 귀엽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다시 꺼내 읽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산이 별을 잡으려 허둥대고, 바람이 그걸 도와주고, 해가 떠오르며 하루가 마무리되는 이 짧은 시 한 편이, 제가 오래 고민해온 인간관계의 본질을 꽤 정확하게 짚고 있었거든요.



밤새 별을 잡으려 한 산 — 순수한 욕망과 배려의 구조

이 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산의 행동입니다.

우뚝 솟은 산이 별을 잡으려 허둥댄다는 표현이 저는 처음엔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산이라는 존재는 흔히 묵직하고 흔들리지 않는 이미지로 그려지는데,

이 시에서의 산은 뭔가를 간절히 원하며 서투르게 손을 뻗습니다.

그 모습이 오히려 훨씬 인간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개념이 바로 의인화(Personification)입니다.

의인화란 사물이나 자연물에 인간의 감정·행동을 부여하여 표현하는 문학적 기법으로, 독자가 대상에 감정이입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장치입니다.

이 시는 산, 별, 바람, 해를 모두 의인화하여 실제 관계처럼 느끼게 합니다.

아동문학 연구에서는 이러한 의인화 기법이 어린 독자의 공감 능력과 사회성 발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습니다(출처: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바람이 별을 산에게 보내주는 장면은 제가 직접 이 시를 소리 내어 읽어봤을 때 가장 강하게 멈췄던 부분입니다.

바람은 이 시에서 특별히 무언가를 요구받지 않습니다.

산이 힘들어하는 걸 그냥 보다가, 슬며시 도움을 줍니다.

이걸 아동심리학에서는 친사회적 행동(Prosocial Behavior)이라고 부릅니다.

친사회적 행동이란 타인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돕는 행위로, 강요 없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배려가 핵심입니다.

바람이 정확히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시에서 읽어낸 구조는 이렇습니다.

산은 욕망이 있고, 별은 그 욕망의 대상이며, 바람은 그 사이를 잇는 매개자입니다.

그리고 이 관계는 서로를 착취하거나 이용하지 않습니다.

산은 별과 밤새 놀고, 별도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이 균형이 시 전체를 따뜻하게 만드는 핵심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 의인화(Personification): 자연물에 인간적 감정과 행동을 부여하는 문학 기법
  • 친사회적 행동(Prosocial Behavior): 요구 없이 자발적으로 타인을 돕는 행위
  • 매개자 구조: 산(욕망) → 바람(연결) → 별(대상)이 이루는 관계의 균형
요약 : 이 시는 의인화를 통해 산·바람·별의 관계를 그리며, 자발적인 배려(친사회적 행동)가 어떻게 아름다운 관계를 만드는지를 보여줍니다.

 

해가 고개를 내밀 때 — 인간관계와 거리 조절의 지혜

시의 마지막 장면이 저는 제일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해가 반짝하고 고개를 내밀다가, 별을 보고 눈부시다며 조금씩 조금씩 고개를 내민다는 표현입니다.

처음엔 단순한 아침 묘사처럼 읽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건 '적절한 속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해는 단번에 솟아오르지 않습니다.

눈부신 별이 있다는 걸 인식하고, 조금씩 조절하면서 올라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저는 한꺼번에 가까워지려다가 오히려 어색해진 적이 여러 번 있었거든요.

이 시의 해처럼, 상대방의 빛을 먼저 인식하고 천천히 다가가는 방식이 훨씬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여기서 하나 더 짚고 싶은 건 '손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요즘은 마음이 맞지 않으면 관계를 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그 방식이 항상 현명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사회심리학에서 사용하는 개념 중 약한 유대(Weak Ties)라는 것이 있습니다.

약한 유대란 자주 만나지 않거나 깊게 친하지 않아도 연결되어 있는 관계를 뜻하는데,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약한 유대가 오히려 새로운 정보와 기회를 제공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출처: Stanford Department of Sociology).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관계를 끊는 건, 그 약한 유대를 스스로 차단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나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연결을 이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유리하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딸아이의 시 속 해처럼, 무리하게 달려들지 않고 '눈부시다'며 속도를 조절하는 그 태도가 관계에서도 통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시를 읽으며 떠올린 또 다른 개념은 감정 조절 능력(Emotional Regulation)입니다.

감정 조절 능력이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능력으로, 인간관계의 질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별을 보고 눈부시다는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지 않고 조금씩 고개를 내미는 해의 행동이, 사실 고도의 감정 조절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 : 시 속 해의 행동은 관계에서 속도와 거리를 조절하는 지혜를 보여주며, 약한 유대(Weak Ties) 이론처럼 끊지 않고 유지하는 연결이 더 큰 가치를 지닐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 시는 어린이가 쓴 건데 그렇게 깊게 해석해도 되나요?

A. 저도 처음엔 같은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문학 해석에서 작가의 의도와 독자의 해석은 별개로 성립합니다.

이를 수용미학(Reception Aesthetics)이라고 하는데, 텍스트의 의미는 독자가 읽는 순간 새롭게 완성된다는 관점입니다.

아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 시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 자체가 유효한 독서 행위입니다.

 

 

Q. 마음이 안 맞는 친구는 그냥 거리두는 게 맞나요, 아니면 노력해야 하나요?

A. 제 경험으로는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가치관이 다르거나 성격이 안 맞는 수준이라면 무리하게 친해지려 하기보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다만 완전히 관계를 끊는 것은 앞서 언급한 약한 유대(Weak Ties)의 가치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일 수 있어서, 신중하게 판단하는 게 좋습니다.

 

 

Q. 아이의 글쓰기 능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저는 억지로 가르치는 것보다 먼저 읽고 느끼게 하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시도 딸아이가 일상에서 자연을 보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한 결과물입니다.

창의적 글쓰기 교육 연구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환경이 언어 발달에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옵니다.

 

Q. 시에서 해는 왜 조금씩 고개를 내미는 걸로 묘사됐을까요?

A. 제가 읽기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나는 별의 빛이 눈부시게 밝아서 한꺼번에 올라오기 어렵다는 자연 현상적 묘사이고, 다른 하나는 밤새 논 산과 별에게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부드럽게 전달하는 배려의 표현입니다.

어느 쪽이든 이 시에서 해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관계의 마무리를 담당하는 중요한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딸아이가 초등학생 시절 쓴 시 한 편을 이렇게 길게 들여다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잘 썼네' 하고 넘어갔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니 의인화와 친사회적 행동, 감정 조절 능력과 약한 유대까지 꺼낼 거리가 가득한 텍스트였습니다.

제가 이 시에서 가장 오래 붙잡고 싶은 장면은 바람이 아무 이유 없이 산을 도와주는 부분입니다.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요청을 받지도 않았는데 그냥 도와줍니다.

관계에서 그런 사람이 곁에 한 명만 있어도 삶이 꽤 달라집니다.

제 경험상 그렇습니다.

이 시를 소리 내어 한 번 천천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짧지만 그 안에 우정과 배려, 그리고 관계를 유지하는 지혜가 다 들어 있습니다.

아이의 시선이 어른의 언어보다 훨씬 본질에 가까울 때가 있습니다.

 

참고: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 아동문학 의인화 연구 / Stanford Department of Sociology — Mark Granovetter, Weak Ties 연구 / 출처: 자작시 (차시은, 2009)